계약 조건 발표했던 축구협회 클린스만에 속수무책
계약 조건 발표했던 축구협회 클린스만에 속수무책
“재임 기간 동안 한국에 거주하는 것을 계약 조건으로 했다.”
지난 2월이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의
선임 소식을 알리면서 계약에 ‘한국 거주 조건’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전 감독이 그랬듯 새 감독 선임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국내 거주’였는데, KFA가 직접 논란을 지운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 역시도 취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직접 “한국에 상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서울에 집 계약을 마쳤다는 소식까지 KFA 관계자를 통해 전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KFA가 처음 발표했던 것처럼 클린스만 감독의 한국 거주는 이미 계약상 합의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이 묘하게 흘렀다.
입국 직후부터 K리그 현장을 찾으며 열정을 보여줬던 클린스만 감독은 점점 자택이 있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향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부임 후 6개월 간 국내에 머문 시간은 고작 67일. K리그 현장을 찾아 국내 선수들을 관찰해야 할 시기,
클린스만 감독은 자택에서 유럽축구 이적시장 등과 관련한 해외 인터뷰에 더 시간을 쏟았다.
이른바 재택·외유 논란이 불거진 배경이었다.
급기야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마저 없앴다.
명단 발표 후 일주일 뒤에 소집이 이뤄지는 만큼 그 사이 명단 변경 가능성이 있으니,
소집 첫날 인터뷰로 갈음하겠다는 게 그의 제안이었다.
KFA는 그런 클린스만 감독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중요한 소통 창구마저 닫아버렸는데, 기자회견을 생략한 클린스만 감독은 곧장 유럽으로 향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 추첨식 행사 등에 참석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클린스만 감독의 이같은 논란에 팬심이 더욱 들끓었던 건 KFA의 미온적인 대처였다.
대표팀 사령탑이 보여주는 안일한 근무 방식에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센데도, 클린스만 감독의 귀국을 요구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급기야 클린스만 감독과 계약할 당시 국내 거주 조건이 있었는지조차 ‘진실 공방’으로 번지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이 9월 A매치를 앞두고 진행된 소집 인터뷰에서 부임 당시 한국에
계속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답하면서다.
KFA가 처음 클린스만 감독 선임 소식을 전했을 때 덧붙였던 ‘재임 기간 한국 거주가 계약 조건’이라는 설명과는 정반대 되는 주장이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취임 기자회견 당시 직접 국내 거주와 관련된 내용을 언급했던 만큼,
관련 사실을 아예 몰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클린스만 감독이 말을 바꾼 듯한 모양새가 된 배경이다.
다만 최근 국내 언론들과의 온라인 간담회에서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단정 짓는 건 과장된 것 같다”던 그의 주장을 떠올리면,
애초에 국내 거주 근무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거나 국내 거주 조건 자체가 없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취임 당시 “한국에 상주할 예정”이라던 그의 설명 역시 KFA와의 계약에 따른 발언이 아닌 대표팀 감독으로서
향후 계획이나 다짐 정도였을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
재임 기간 한국에 거주하는 계약 조건’으로 그와 계약했다던 KFA의 발표는 거짓으로 남게 된다.
핵심은 KFA와 클린스만 감독 간 계약에 국내 거주 근무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