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흘렸나 한국 축구 혼란의 도가니 에 빠뜨린 더 선의 실체
누가 흘렸나 한국 축구 혼란의 도가니 에 빠뜨린 더 선의 실체
지난 달 영국의 ‘더 선’이 대한민국 축구를 극도의 혼란에 빠트렸다. 한국의 품격과 인상마저 망가트렸다.
더 부끄러운 것은 ‘신문’이라고 잘 불리지도 않는 ‘타블로이드’에 당한 것이다. 원래 그 단어는 신문의 크기를 말했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선정성, 흥미·오락 기사가 가득한 저질 신문을 가리키는 단어로 바뀌었다. 객관성·정확성을 무시하는 매체를 말한다.
영국은 유명인 사생활을 쫓아 사진 찍는 파파라치들이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죽음으로 몰고 간 곳.
그만큼 ‘타블로이드 저널리즘’이 기승을 부린다.
“더 선은 쓰레기”
‘더 선’은 타블로이드의 대명사. 1964년 창간 이후 숱한 말썽을 일으켜 왔다. 저질 내용뿐 아니라 끊임없는 가짜, 과장 기사 탓에 한 때 공공도서관 반입이 금지될 정도였다.
더 선이 더 심한 악명을 얻은 것은 축구 때문. 영국 스포츠 사상 최악의 ‘힐즈버러 경기장 참사’ 원인에 관해 ‘가짜뉴스’를 쓴 것이다.
참사 후 더 선은 프리미어 리그 명가들인 리버풀과 에버턴이 있는 리버풀 시에서 쫓겨났다.
35년 동안 리버풀에 살든 아니든 두 구단 팬들은 그 매체를 거부하고 있다. 그들은 ‘The Sun’ 대신 ‘The Scum(쓰레기)’이라고 부른다.
1989년 셰필드의 힐즈버러 경기장에 열린 FA 컵 준결승 리버풀과 노팅엄 시합. 관중들이 한꺼번에 몰려 96명이 숨지고 766명이 부상 당한 사고가 일어났다.
나흘 뒤 더 선은 ‘진실’이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리버풀 관중들이 난동을 부려 일어난 참사라고 몰아붙였다.
“술 취한 훌리건들이 경찰 등 구조대원들을 폭행. 일부는 희생자들의 주머니를 뒤져 훔쳤다.
용감한 경찰들에게 오줌을 누었다”는 작은 제목들도 달았다.
그러나 1990년 조사위는 리버풀 관중들에 대한 모든 비난은 근거 없다고 결론 내렸다.
운동장의 구조 문제와 경찰의 무능한 통제 등이 빚은 사고라는 것.
더 선은 정정은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그 이후도 더 선의 행태는 언론이라고 할 수 없었다. 타블로이드다웠다.
1993년 담당 부장은 엉터리 기사를 실은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그러나 하원의원의 잘못된 정보에 의한 가짜 뉴스라고 핑계 댔다.
어느 나라든 욕먹기 일쑤인 정치인 탓으로 돌리면서 위기를 빠져나가려 했다.
이마저도 13년 뒤에는 “신문 소유주 지시에 따라 억지 사과를 했다. 그때도 미안하지 않았고 지금도 미안하지 않다”고 말을 바꿨다.
사고 후 16년이나 지난 2005년 편집국장은 “힐즈버러 보도는 영국 언론에서 최악의 실수였다. 끔찍한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유족들은 당시 부장을 ‘비열한 부장’이라 부른다. 그는 2017년엔 리버풀을 모독하는 칼럼을 썼다.
리버풀은 더 선 기자들의 안필드 구장 출입을 금지했다. 기자회견 참석도 막았다. 에버턴도 같은 조치를 했다.
리버풀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더 선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분노하는 것은 리버풀 사람들만이 아니다. “더 선은 가짜 정보를 팔고 최악의 거짓을 소셜미디어에 퍼트리는 신문.
왜 그런 것이 필요한가? 발행 금지되어야 한다.” “신문이 아니다. 영국 사회의 결핍된 부분에 호소하는 쓰레기 더미다.
” 영국인들의 평가 가운데 일부다. 2017년 조사에서 “영국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자는 겨우 5%. 조사 대상 매체 가운데 꼴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