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들이대 보겠습니다 새해에도 터질 이정효 매직
더 들이대 보겠습니다 새해에도 터질 이정효 매직
“1부리그 해볼 만하던데요? 더 들이대 보겠습니다!”
거칠고 투박한 말투 속에 솔직하면서도 강인한 자신감이 뿜어 나왔다.
불과 10개월 전만 해도 “초심을 잃지 않겠다”며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던 사람, 바로 이정효(48) 광주FC 감독이다.
이 감독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광주를 K리그2(2부리그)에서 우승시켜 K리그1으로 승격을 이끈 것도 모자라, 올 시즌 K리그1에서 ‘돌풍의 주역’으로 부상하더니
최종 순위 3위(승점 59·16승 11무 11패)로 마무리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냈다.
구단 최초로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까지 따내면서 명실공히 ‘명장’ 대열에 합류했다.
광주가 역시 구단 최초로 이 감독과 2027년까지 장기 계약 체결을 주저하지 않은 이유다.
이 감독은 지난 2년간 질풍노도와 같은 시기를 버텨내며 성장했다.
2021년 12월 K리그2로 강등된 광주의 사령탑으로 부임했고, 그 이듬해 팀을 1년간 지휘하며 끝내 우승을 달성했다.
어느 누구도 프로구단 감독으로서 경험이 전무한 ‘초짜’ 감독의 돌풍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 감독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K리그1으로 승격한 올 시즌 그야말로 리그를 ‘씹어’ 먹었다.
유럽리그에서만 보던 전방 압박, 빌드업, 빠른 측면 공격을 내세워 ‘공격 축구’를 선보였다.
“지더라도 화끈한 공격 축구를 해보자”며 자신이 짠 전술에 맞춰 선수들을 훈련시켰다.
리그 초반에는 광주의 빠른 공격이 통했고 일취월장했다.
다만 중반기로 넘어갈수록 전술이 읽히면서 K리그1 팀들이 적응해 나갔고, 승리도 주춤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수비에 치중하는 축구를 지양했다. “누가 보더라도 재미있는 축구를 하고 싶어요.
그래야 경기장에 관중들도 찾아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에게 강하게 지시하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 이 감독은 경기장에서 한시도 앉지 않고 선수들을 향해 소리치고 다그치며 90분 내내 에너지를 쏟아낸다.
특히 포항 스틸러스와의 리그 마지막 경기(0-0 무)에선 거의 토할 정도로 목청을 높였다. 골이 나오지 않아서였다.
이 감독은 “다행히 욕하는 건 중계카메라에 안 찍혔다”고 농담을 하면서도 “승점 60을 꼭 넘고 싶었고 넘길 줄 알았는데 골이 들어가지 않아 아쉬웠다.
선수들이 준비한 대로 느긋하게 하면 됐을 텐데 급하다 보니 제 실력이 안 나왔던 것 같다”고 포항전을 되새겼다.
이 감독은 선수단 관리가 치밀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술 하나하나에 선수들을 맞추고, 역할도 세밀하게 지시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각 선수들의 성향을 일일이 파악하는 ‘귀신’이 됐다.
늘 그라운드에서 외국인 용병들에게 “포지션! 포지션!”을 외치며, 전술에 어긋나는 걸 보지 못하는 냉혹한 감독이다.
수비수 티모(네덜란드)에 대해선 “티모를 데려가고 싶은 팀은 저한테 ‘사용설명서’를 꼭 받아야 할 정도로 컨트롤하기 쉽지 않은 선수”라고 귀띔했다.
또 광주에서의 활약으로 자국 대표팀에 차출돼 맹활약한 아사니(알바니아)를 자주 선발에서 제외한 것도
“공격만큼이나 수비도 잘하는 선수였는데 대표팀만 갔다 오면 팀에 등한시할 때가 있어 과감하게 배제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성실한 선수에겐 기회를 보장했다. 그 결과 이순민은 생애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고, 정호연 엄지성도 연령별 대표팀에 발탁돼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 감독은 ‘손흥민(토트넘)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중 누굴 영입하고 싶나’라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김민재”라고 답했다.
“공격수는 제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지만 김민재 같은 수비수는 앞으로 없을 것 같다”는 게 그 이유다.
선수 시절 주로 수비진 중 풀백으로 활약했던 이 감독이 공격 전술에 얼마나 자신감이 차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