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슈퍼 에이스에게 전하는 손아섭의 진심
떠난 슈퍼 에이스에게 전하는 손아섭의 진심
“너무 좋은 친구였다. 감동도 많이 받았다.
미국에서도 분명히 잘할 것이라 생각하고 응원한다.”
비록 함께한 시간은 1년이 채 안 됐지만, 손아섭(NC 다이노스)과 슈퍼 에이스 에릭 페디는 진정한 친구가 됐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14일(한국시각) “페디와 2년 1500만 달러(약 197억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미 약 일주일 전 현지 매체들은 일제히 페디와 화이트삭스의 계약 합의 사실을 전했다.
이후 신체 검사를 거친 페디와 화이트삭스는 이날 최종 계약 소식을 전했다.
지난 2014년 드래프트에서 워싱턴 내셔널스의 지명을 받은 뒤 2022시즌까지 빅리그 통산 102경기(454.1이닝)에서
21승 33패 평균자책점 5.41을 작성한 페디는 올해 KBO리그를 지배하는 슈퍼 에이스로 군림하며 NC의 선전을 이끌었다.
올 시즌 30경기(180.1이닝)에 출전한 그는 20승(1위) 6패 209탈삼진(1위) 평균자책점 2.00(1위)을 작성하며 앞서
선동열(해태 타이거즈·1986, 1989~1991), 류현진(한화 이글스·2006년), 윤석민(KIA 타이거즈·2011년)만
달성했던 트리플크라운(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모두 1위)의 위업을 세웠다.
동시에 페디는 또한 1986년 선동열(해태·24승 214탈삼진) 이후 37년 만이자 통산 5번째(1983년 장명부·삼미
슈퍼스타즈·30승 220탈삼진, 1984년 최동원·롯데 자이언츠·27승 223탈삼진, 1985년 김시진·삼성 라이온즈·25승 201탈삼진, 1986년 선동열)
한 시즌 20승-200탈삼진을 달성한 선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이런 그의 활약에 힘입은 NC는 개막 전 꼴찌 후보라는 평가를 뒤엎고 최종 4위로 시즌을 마감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페디는 시즌 후 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타이틀과 수비상은 물론이고 최우수선수(MVP),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의 영예도 안았다. 150km를 넘나드는 패스트볼을 보유했음에도 스스로 만족하지 않고 스위퍼
장착 및 체인지업을 가다듬은 것이 그의 선전에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당연하게도 빅리그와 일본프로야구 구단들은 시즌 도중부터 페디에게 큰 관심을 가졌다.
NC도 다년 계약을 제시하는 등 그를 잔류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금액 차이가 너무 컸다.
금액 상한이 있는 KBO리그 한 구단에서 외국인 선수 3명에게 한 새 쓸 수 있는 액수는 총 400만 달러에 불과하다.
그렇게 페디는 화이트삭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올 시즌 주장으로 활동한 손아섭을 비롯해 NC의 대다수 선수들은 페디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면서도
좋은 조건으로 빅리그에 복귀하는 것을 축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분 황금장갑을 낀 손아섭은 수상 후 “대단한 선수와 같은 팀에서 뛰었다는 것이
저에게는 좋은 추억, 좋은 경험이 됐다. 계약도 너무 잘 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외국인이었지만 팀 메이트로서 너무 좋은 친구였다.
감동도 많이 받았다. 그런 부분들에서 너무 좋은 기억들만 있다.
페디가 미국에서도 분명히 잘할 것이라 생각하고 응원한다.
(다른 선수들도) 모두 축하해주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참고로 손아섭은 이날 불참한 페디를 대신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대리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페디가 마지막 순간까지 NC 선수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뛰어난 인성이 있었다.
페디는 시즌 초 홈런을 친 타자의 사진을 찍어 더그아웃에 게시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본인의 사비로 게시판을 구매해 NC 팀 분위기를 좋게 하는데 기여했다.
아울러 그는 경기 중 선수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불러 모아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며,
문동주(한화 이글스)를 비롯한 다른 팀 투수들에게까지 자신의 스위퍼를 전수했다.
페디에게 많은 것을 배운 NC 우완투수 신민혁은 올해 가을야구 3경기에서 16.1이닝 2실점을 기록, 분명 한 단계 성장했다.
이후 페디는 포스트시즌에서 정규리그 막판 타구에 팔뚝을 맞은 여파 및 어깨 피로 증상으로 한 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해
‘태업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NC가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자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진심을 보여줬다.
또한 그는 시즌 후 미국에서 다시 한국으로 넘어와 KBO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는 등 한국 야구를 존중하는 태도까지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