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한창인데 LG 오지환 왜 스스로 주장 완장 내려놓았나
시즌 한창인데 LG 오지환 왜 스스로 주장 완장 내려놓았나
20홈런 거포 공짜로 내주더니 2홈런 7타점 부메랑 아찔
LG 트윈스의 우승 캡틴 오지환(34)이 주장 완장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LG 구단 관계자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경기를 앞두고 “이날 LG 트윈스의 주장이 오지환에서 김현수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오지환은 2년 전인 2022시즌부터 2023시즌에 이어 올 시즌까지 3시즌 연속 LG 트윈스의 주장을 맡았다.
주장 완장을 찬 첫해에는 LG 트윈스가 정규시즌 2위에 오르며 강팀으로 군림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시즌 LG는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지난겨울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도 주장을 맡으며 리더십을 발휘했다.
당시 오지환은 자신이 리더십에 관한 질문에 “저는 사실, 유하면 유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저는 꼰대가 확실해요”라며 주위에 웃음을 안긴 뒤
“스프링캠프에 온 뒤부터 대놓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미안한데, MZ 세대? 이런 거 잘 모른다.
그런 거 모르고, 제가 생각하는 야구는 일단 위계질서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팀으로 한두명이 가는 게 아니라, 30명 엔트리가 다 같이 가려면 분명한 선이 존재해야 한다.
그게 잘 됐을 때는 터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지환은 “‘너희가 잘 배웠으면, 후배들한테 잘 전달해줘라.
당연한 건 없다. ‘만약에 이런 게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반대로 나도 똑같이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실 저희는 확실히 위계질서라는 게 있다. 저는 바로 캠프에서 첫날 이야기를 했다. ‘나는 진짜 (그런 꼴) 못 본다.
캠프까지 왔는데, 파이팅도 내지 않고. 언제까지 파이팅을 내야 한다? 그럼 쉬어. 호텔로 가’ 저는 약간 이런 식이다.
하기 싫거나 안 할 거면,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분위기만 흐릴 뿐이다. 선동하지 말고 그냥 호텔 가서 쉬라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오지환의 말에서 누구보다 강한 책임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었다.
오지환은 “저는 제가 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할지라도, 그렇게 해야 다른 사람들이 편해진다.
또 그렇게 해야 뭔가 팀 분위기가 형성돼 괜찮은 것 같다. 거슬리는 게 있으면 바로 지적한다.
그냥 바로. 저도 그렇게 살아왔고, 그게 바르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랬던 오지환이 아직 시즌 20경기를 채 치르지도 않은 시점에서 2년이나 맡았던 주장을 내려놓았다.
갑작스럽다면 매우 갑작스럽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오지환은 왜 스스로 주장직에서 물러난 걸까.
이에 대해 LG 구단 관계자는 “오지환이 ‘주장으로서 부족함이 있다고 계속 생각했었고, 주장에 대한 책임감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다.
야구에 집중하고자 주장직을 내려놓고 싶다’는 요청을 염경엽 감독에게 했다.
이에 염 감독이 오지환의 요청을 수용하면서 주장 교체가 이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지환은 12일 두산전까지 포함, 올 시즌 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8(72타석 63타수 15안타) 2루타 2개, 4타점 10득점 2도루(2실패) 8볼넷 20삼진
장타율 0.270, 출루율 0.324, OPS(출루율+장타율) 0.594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멀티히트 경기는 5차례 펼쳤다.
득점권 타율은 0.214. 다만 실책을 2개 범했다. 그래도 오지환은 지난 6일 KT전부터 11일 KIA전까지 5경기 연속 안타를 터트리는 등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오지환은 2년 동안 잘 해냈던 주장직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대신 부담도 어느 정도 덜었다고 볼 수 있다. 오지환을 대신해 2019시즌부터 2021시즌까지 3년 연속 주장을 맡았던 김현수가 대신 주장 완장을 찬다.
오지환은 LG 트윈스를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이제는 KBO 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자리매김했다.
무엇보다 2009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오지환은 2022시즌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은 뒤 2023시즌까지 2년 연속 황금장갑을 거머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