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재 만년 백업이었는데 킹하성의 향기가 난다
신민재 만년 백업이었는데 킹하성의 향기가 난다
순간적으로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수비 쇼를 펼치고 있는 ‘킹하성’ 김하성(28·샌디에이고)을 보는 듯했다.
이제 도루왕까지 넘보는 주인공. 바로 만년 백업 대주자 출신에서 이제는 1위 팀의 주전 2루수 자리를 차지한 신민재(27)다.
LG 트윈스는 전날(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위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 경기에서 역전과 재역전을 이루는 접전 끝에 8-7 역전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LG는 48승 2무 28패를 마크하며 리그 단독 1위를 질주했다. 리그 2위 SSG 랜더스와 승차도 2.5경기로 벌렸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LG는 전천후 내야수로 활약했던 김민성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좌측 대퇴부 근육 부상 때문이었다. 김민성은 올 시즌 주로 2루수로 활약했다.
그러면서도 오지환의 유격수 포지션과 문보경의 3루, 오스틴의 1루 자리의 백업을 맡기도 했다. 말 그대로 전천후 활약이었다.
그런 김민성이 빠진다. 사령탑인 염경엽 LG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민성이 좌측 대퇴부 근육 손상으로 인해 한 달 이상 빠져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나이도 있고, 올 시즌 많이 뛰기도 했다. 본인도 이렇게 많이 뛸 줄은 몰랐을 것이다.(웃음) 그동안 정말 잘해줬다.
김민성의 역할은 손호영과 정주현 등이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김민성의 2루를 책임진 선수는 바로 신민재였다.
김민성이 빠져있는 동안 신민재가 계속해서 주전 2루수로 활약할 전망이다.
이날 신민재는 2루수 겸 9번 타자로 선발 출장,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압권은 수비였다. LG가 4-2로 앞선 6회초. 1사 2, 3루 상황서 강현우의 타구가 2루 쪽으로 굴러갔다. 일단 3루 주자는 비교적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그런데 이때 신민재가 포구 후 지체 없이 3루 쪽으로 공을 뿌렸다. 결국 2루 주자였던 박병호는 공을 잡은 문보경의 태그에 걸리며 아웃됐다.
신민재가 평범하게 1루로 던지는 게 아닌, 과감한 3루 송구를 택한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LG 팬들은 이 장면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마치 현재 미국 무대에서 활약 중인 김하성의 환상 수비 센스를 보는 듯했다.
최근 김하성은 종종 유격수나 2루수 수비를 보면서 과감한 3루 송구로 선행 주자를 잡아낸 바 있다.
신민재는 공격에서도 펄펄 날았다. 5회에는 박해민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 3루에서 중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이어 2루 도루 후 홍창기의 희생타 때 3루까지 간 뒤 문성주의 좌전 적시타 때 득점을 올렸다.
6회에는 2사 2루 기회에서 3루수 방면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황재균의 호수비에 잡히긴 했지만
신민재의 발이 워낙 빨랐다.
황재균은 포구 후 1루 송구를 포기했다. 결국 또 홍창기의 안타 때 3루를 밟은 뒤 문성주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또 8회에는 결승 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무사 2루에서 박해민을 3루로 보내는 희생번트를 성공시킨 것.
결국 홍창기의 우중간 적시 2루타 때 박해민이 홈을 밟으며 승리할 수 있었다. 신민재의 이날 성적은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
인천고를 졸업한 신민재는 2015년 육성 선수 신분으로 두산 베어스의 지명을 받았다.
이어 2017년 11월 열린 KBO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둥지를 옮겼고, 군 복무를 마친 뒤 2019년 LG 트윈스와 정식으로 계약했다.
2019시즌 81경기에 출전(81타수 소화)했는데, 선발 출장한 건 14경기에 불과했다. 주력이 좋았기에 주로 승부처에서 대주자 역할을 맡았다.
이어 2020시즌 68경기에서 타율 0.308(26타수 8안타)의 타율을 기록한 신민재는 2021시즌 32경기, 2022시즌 14경기 출전에 각각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 신민재는 스페셜리스트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염경엽 감독의 두터운 신임 속에 63경기에 출장했다.
타율 0.341(85타수 29안타) 5타점 24득점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21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KBO 리그 도루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도루 2위 김혜성(키움,19개)과 차이는 2개. 현재의 페이스라면 충분히 생애 첫 도루왕 등극을 바라볼 수 있다.
염 감독은 신민재에 대해 “우리 팀에서 가장 주력이 좋은 선수다. 병살타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콘택트도 좋고, 기습 번트도 잘 대는 능력을 갖췄다.
수비 역시 훈련을 통해 많이 좋아졌다. 1~2점 차 승부에서 활용 가치가 높다”며 호평했다.
LG 내야진의 핵심 오지환도 6일 경기 후 신민재의 수비에 대해 “과감한 측면이 확실히 있다.
망설이는 모습이 없다. 물론 수비는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면서 6회초 3루 송구 수비에 대해 “아마 미리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런 플레이가 나왔다고 본다.
정말 대단했다. 그 순간에 정말 멋졌다는 이야기를 해줬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제 LG는 부산으로 이동해 롯데 자이언츠와 주말 3연전을 치른다.
과연 신민재는 또 어떤 활약을 펼칠까. 신민재를 향한 LG 팬들의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