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 자신감이 폭발 이렇게 빨리 영점 잡을 줄이야
1순위 자신감이 폭발 이렇게 빨리 영점 잡을 줄이야
3연타석 홈런 ML 최초 51-51 오타니와 정면승부한 적장
“예상보다 일찍, 빨리 한 것 같다. 거의 10년은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2년 차 강속구 투수 김서현(20)이 데뷔 첫 승을 거둔 뒤 이렇게 웃으며 말했다.
전체 1순위 유망주의 재능이 터지면서 자신감과 너스레도 함께 폭발하고 있다.
김서현은 지난 22일 대전 롯데전에서 1-4로 뒤진 7회초 4번째 투수로 구원등판, 1이닝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았다.
전준우를 유격수 땅볼, 나승엽을 우익수 뜬공, 윤동희를 1루수 파울플라이 처리하며 공 9개로 끝냈다.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57km, 평균 152km 직구(5개)와 슬라이더(4개) 투피치로 1이닝을 빠르게 정리했다.
곧 이어진 7회말 한화 타선이 타자 일순으로 4득점하며 전세를 뒤집었고, 김서현은 구원승 요건을 갖췄다.
8~9회 한승혁과 주현상이 1이닝씩 실점 없이 막고, 한화 타선이 8회 3점을 추가하며 8-4로 역전승했다.
김서현의 프로 데뷔 첫 승이 통산 54경기 만에 이뤄진 순간이었다.
경기 후 김서현은 첫 승 소감으로 “행복하다. 그 어느 순간보다 행복하다.
작년 1군 데뷔했을 때보다 더 좋다.
첫 세이브를 했을 때보다 좋다”며 예상보다 오래 걸린 첫 승이 아니냐는 질문에 “일찍, 빨리 한 것 같다.
거의 한 10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며 농담 아닌 농담으로 받아칠 만큼 여유를 보였다.
마냥 농담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김서현은 2군에 있었다.
앞날이 막막한 상황이었다. 1군에서 개막을 맞이했지만 잦은 투구폼 변경과 제구 난조로 극심한 성장통을 겪으며 1~2군을 오르내렸다.
이 과정에서 제구를 잡기 위해 스스로 구속을 낮추는 시도를 하다 장점마저 잃어버리는 시행착오가 있었다.
데뷔 첫 해였던 지난해에도 처음에는 최고 시속 160km 강속구를 뿌리며 강한 인상을 심어줬지만 갈수록 제구가 흔들리며 2군에서 시즌을 마쳤다.
올해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면서 실망감이 컸다.
김서현 스스로도 마운드 위에서 쫓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제구가 불안한 파이어볼러들은 영점을 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김서현도 꽤 오래 걸릴 것 같았다.
하지만 6월초 김경문 감독 부임 후 변화가 일어났다.
김경문 감독은 2군에 있던 김서현을 대전에 불러 식사 자리를 가지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특별 대우로 비쳐질 수 있지만 자존감이 떨어진 김서현의 기를 살리기 위해 김경문 감독이 직접 나섰다.
후반기 양상문 투수코치가 부임한 뒤에는 조금씩 중요한 상황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지난 7월11일 고척 키움전에서 로니 도슨에게 끝내기 2루타를 맞고 데뷔 첫 패전을 당했지만 “고개 숙이지 말라”는 양상문 코치의 위로에 큰 힘을 받았다.
이후 김서현은 폭풍 성장을 거듭했다. 150km대 중후반 강속구와 함께 슬라이더가 날이 갈수록 예리해졌다.
오락가락했던 투구폼도 하나로 고정하며 제구가 잡혔다.
물론 가끔 제구가 흔들리는 날도 있지만 이전처럼 말도 안 되게 무너지지 않는다.
후반기 들어 필승조로 진입하면서 올 시즌 성적도 34경기(35⅓이닝) 1승1패9홀드 평균자책점 3.31 탈삼진 38개로 구색을 갖췄다.
피안타율이 1할대(.192)에 불과하다. 한화가 김서현에게서 기대했던 그런 모습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