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선 드디어 시작된 네 박자 쿵짝
KIA 타선 드디어 시작된 네 박자 쿵짝
5위 고지전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KIA는 지난 주 뜨끔하고 우울한 소식 두 가지를 마주했다.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는 투수 두 명이 차례로 로테이션을 이탈했다.
우선 22일 수원 kt전에 선발 등판한 좌완 이의리(21)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의리는 3회부터 구속 저하 증상이 뚜렷하게 보이더니, 결국 4회 투구를 마지막으로 경기장을 떠나 정밀 검진을 받았다.
어깨 쪽에 통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큰 부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주사 치료도 필요하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보호 및 휴식 차원에서 열흘 동안 1군에서 빠졌다. 대체 선발 하나가 필요하다.
여기에 25일 광주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6탈삼진 1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팀을 승리로 이끈 외국인 투수 마리오 산체스(29)마저 부상으로 이탈했다.
팔꿈치 쪽에 통증이 있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일단 광주에서 검진을 받은
산체스는 구단 매뉴얼인 ‘크로스 체크’를 위해 28일 서울로 올라가 두 번째 검진을 받는다.
이의리처럼 경미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도 같이 염두에 둬야 한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서 버티려면 선발진의 건재가 필수다.
KIA의 올해 경기력이 들쭉날쭉한 것도 따지고 보면 선발 투수들의 부진 때문이었다.
시즌을 함께 시작한 두 외국인 투수(숀 앤더슨‧아도니스 메디나)의 기복이 있었고, 이의리도 넉넉한 이닝을 잡아주지 못했다.
외국인 투수를 모두 바꾸고(토마스 파노니‧마리오 산체스) 이의리가 살아날 시점에서는 에이스 양현종이 부진했다. 시즌 내내 엇박자다.
선발이 이닝을 넉넉하게 소화하지 못하다보니 연승이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큰 파도를 만들 힘이 없었다.
여기에 불펜까지 체력 소모가 심한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선발진 전망의 안개는 쉬이 걷히지 않는다.
이의리는 열흘을 쉰 뒤 로테이션에 돌아올 예정이지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차 9월 22일 이후로 잠시 자리를 비운다.
산체스는 부상 정도가 초미의 관심사다. KIA는 이미 외국인 교체 카드 두 장을 모두 다 썼다. 바꿀 수도 없다.
가뜩이나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경기(40경기)가 남은 KIA다.
선발진의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지극히 보수적인 시나리오도 하나는 쥐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불펜에 지금 이상의 분전을 기대하기도 무리다. 결국 힘이 남아 있는 타선이 해줘야 한다.
방패가 헐거워지면, 어쩔 수 없이 창으로 상대 방패를 뚫고 이기는 경기가 더 많아져야 한다.
KIA 타선은 지난해 LG와 더불어 리그 최강으로 뽑혔다.
문제였던 중심타선 무게감을 채우기 위해 나성범에 6년 최대 150억 원을 투자한 게 나름의 효과를 거뒀다.
올해는 나성범 김도영의 장기 부상으로 위기를 겪었으나 다른 선수들이 힘을 내며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켰다.
그리고 최원준 김도영 나성범이 차례로 가세한 뒤로는 힘을 찾아가고 있다. 지금이 올 시즌 들어 가장 정상적인 전력으로 볼 수 있다.
전력 정상화는 곧 성적으로 이어졌다.
KIA는 8월 들어 가진 21경기에서 팀 타율 0.308, 팀 OPS(출루율+장타율) 0.808의 리그 최고 방망이를 뽐내고 있다.
10개 구단 중 8월 팀 타율이 3할이 넘는 유일한 팀, 팀 OPS가 0.800을 넘는 유일한 팀이다.
21경기에서 137점이라는 비교적 넉넉한 득점을 뽑아냈다.
홈런 개수가 조금 더 많으면 금상첨화겠지만, 2루타 이상의 장타가 많아 큰 문제로 여겨지지는 않는 흐름이다.
네 박자가 잘 조화되어 있다. 우선 기본적인 타율과 출루율이 괜찮다.
8월 들어 팀 타율(.308)은 리그 평균(.273)을 아득히 뛰어 넘는 리그 1위 기록이다.
팀 출루율(.374) 또한 1위다. 기본적으로 잘 출루한다는 의미다. 소총만 쏘는 게 아니다.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장타도 있다. 팀 장타율(.434) 또한 리그 1위다. 21경기에서 64개의 장타를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