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사랑받은 외국인 떠났지만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다
KBO 사랑받은 외국인 떠났지만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다
51일 홈런 가뭄 2루타 번복 김하성 얼마나 좌절했을까
KBO리그 LG 트윈스의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 활약한 투수 케이시 켈리(35)가 미국에서 감격의 날을 보냈다.
아버지 팻 켈리(69) 감독이 이끄는 신시내티 레즈 산하 트리플A 루이빌 배츠에서 선발투수로 나섰다.
켈리 부자가 한 팀으로 처음 함께한 뜻깊은 날이었다.
켈리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루이빌 슬러거 필드에서 열린 샬럿 나이츠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와의 트리플A 경기에 선발등판, 3이닝 1피안타 3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삼진은 잡지 못했지만 무실점 투구로 팀의 4-3 끝내기 승리에 기여했다.
우천 노게임으로 끝난 지난달 20일 잠실 두산전 고별전 이후 23일 만에 미국으로 무대를 옮겨 실전 등판을 치렀다.
그 사이 어깨까지 내려온 긴 머리를 정리한 켈리는 투구수 52개로 등판을 마쳤는데
최고 시속 91마일(146.5km), 평균 89마일(143.2km) 포심 패스트볼(26개), 슬라이더(11개), 커브(10개), 체인지업(4개), 투심(1개)을 던졌다.
아버지가 이끄는 팀에서 첫 등판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도 ‘한국에서 돌아온 켈리의 새 감독은 그의 아버지’라며 ‘팻 켈리 감독은 지난달 마이너리그 역사상 7번째 통산 2000승을 기록했다.
그의 첫 승은 케이시가 태어나기 3년 전인 1986년 찰스턴 레인보우스에서 기록한 것이다.
가장 최근 승리는 프로 15년 차 아들 케이시가 선발로 나선 경기였다’고 조명하며 ‘켈리는 2019년부터 LG 트윈스와 함께하며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지난해 우승을 차지하면서 KBO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이 됐다’고 전했다.
켄터키 지역 방송 ‘WDRB’에서도 ‘팻 켈리 감독이 아들 케이시와 재회했다.
통산 2000승을 달성할 정도로 오랜 기간 감독을 한 그는 처음으로 아들이 자신의 팀에서 투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한국에서 6년간 성공적인 커리어를 마친 뒤 작별을 고한 켈리를 위해 그의 소속팀 LG는 감동적인 세리머니로 멋지게 배웅했다’고 고별식도 조명했다.
LG에서 방출된 뒤 미국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팀과 계약한 아들 케이시는 이날 경기 후 “꿈이 이뤄졌다.
아버지의 팀에서 뛸 수 있고, 아버지가 나를 감독하는 것은 일생에 한 번뿐인 경험이다.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 중 하나”라면서 “내게 딱 맞는 팀이 이곳이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아버지가 감독이고, 버질 바스케스 투수코치와 함께 일하는 것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버지 팻 감독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꿈같은 일이다. 즐거우면서도 긴장했다.
부모는 항상 자녀가 잘하고, 성공하길 바란다. 보통 관중석이나 TV 또는 영상을 보며 응원하곤 한다.
이번 경기는 달랐다”며 감독으로서 아들을 응원한 느낌이 새로웠다고 했다.
아버지와 이들이 감독과 선수 관계로 한 팀이 된 건 메이저리그에서도 7번밖에 없었다.
1910~1911년과 1914년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 코니-얼리 맥 부자, 1985년 뉴욕 양키스 요기-데일 베라 부자
1985년과 1987~1988년 볼티모어 오리올스 칼 립켄 시니어-주니어-빌리 삼부자
1991~1994년 캔자스시티 로열스 할-브라이언 맥레이 부자, 1992~1996년 몬트리올 엑스포스, 2005~2006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펠리페-모이세스 알루 부자
2001~2003년 신시내티 밥-애런 분 부자, 2014~2015년 샌프란시스코 브루스-브렛 보치 부자가 있었다.
69세로 고령인 아버지 팻은 감독 생활이 얼마 안 남았다.
은퇴하기 전 아들과 한 팀이 되면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기게 됐다.
팻은 “아들에게 은퇴하기 전 나를 위해 시구를 하러 와야 한다고 농담을 하곤 했다.
올해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며 “아들의 투구를 보기 위해선 한국으로 날아가야 했는데 이제 라이브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꽤 재미있다”며 웃었다.
아들이 등판하는 날이면 새벽 5시에 일어나 지구 반대편 KBO리그 경기를 시청하는 게 일상이었지만 이제는 같은 팀에서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