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언에도 고우석의 뚝심 LG의 마무리 투수 고우석
감독 조언에도 고우석의 뚝심 LG의 마무리 투수 고우석
갑작스레 몰아친 폭우로 104분간 중단된 1·2위 맞대결은 LG의 마무리 투수
고우석(25)의 호투 덕에 자정을 넘기지 않고 마칠 수 있었다.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LG와 kt의 주중 3연전이 열린 5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
이날 경기는 4회초가 진행 중이던 오후 7시 44분부터 비가 쏟아져 중단됐다.
총 104분 동안 경기가 멈춰 올 시즌 최장 중단 시간을 기록했다.
KBO 리그 역대 최장 시간 중단 경기인 1987년 8월 15일 삼성-빙그레전, 2022년 7월 23일 kt-한화전의 116분에 12분이 모자란 수준이다.
LG 입장에선 4 대 2로 앞선 가운데 경기가 멍춰 좋은 흐름이 끊겼다.
104분 뒤 경기가 재개된 뒤에는 4회말 kt에 동점을 허용하며 흔들렸다.
kt는 배정대의 1점 홈런과 황재균의 적시타로 4 대 4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LG는 6회초 1점을 뽑아내며 다시 앞서갔다.
선두 홍창기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날린 뒤 1사 3루에서 김현수가 적시타를 터뜨려 분위기를 가져왔다.
이후 kt의 끈질긴 추격이 있었지만, 탄탄한 불펜진이 LG의 승리를 지켰다.
특히 5 대 4로 앞선 8회말 1사 1, 2루에 등판한 고우석의 활약이 돋보였다.
동점 위기에 마운드에 올랐지만 침착한 피칭으로 잘 넘어갔다.
고우석은 첫 타자인 이호연을 상대로 3구째에 병살타를 유도해 실점을 막았다.
계속된 9회말에는 안타 1개만 내주고 무실점 호투를 펼쳐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고우석은 이날 비로 장시간 멈춘 경기를 연장전 없이 오후 11시 31분에 끝냈다.
경기 후 고우석은 가장 먼저 구장 관리 관계자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비가 멈춘 8시 30분부터 약 1시간 가량 관계자들이 그라운드를 정비한 덕분에 경기를 정상적으로 재개할 수 있었다.
고우석은 “경기가 굉장히 길어졌는데, 여기 계신 관계자 분들이 너무 고생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라운드 상태가 좀 걱정이 되긴 했지만 생각보다 질지는 않았다”면서
“마운드 상태가 던질수록 점점 좋아졌고, 느낌이 괜찮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고우석은 올해 처음으로 아웃 카운트 5개를 잡아내며 시즌 13세이브(3승 6패)째를 수확했다.
그는 “수비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어려운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
“고 고마움을 전한 뒤 “밤 12시는 넘기지 말자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총 투구수 22개 가운데 직구가 14개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슬라이더 5개와 커브 3개 등 변화구도 고루 던졌다.
그런데 고우석이 이날 황재균을 제외한 나머지 타자들은 잡은 구종은 모두 슬라이더였다.
경기 전 LG 염경엽 감독은 “고우석의 장점은 빠른 공인데, 최근 변화구 비율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잠실 한화전 역시 변화구가 공략을 당한 탓에 ⅔이닝 2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하지만 고우석은 뚝심 있게 자신의 투구를 펼쳤다.
그는 “물론 감독님께서 하신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내가 고집이 있어서 그냥 던졌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변화구를 고집했던 것.
고우석은 “슬라이더는 정타 위험이 가장 낮은 공”이라며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길었던 탓에 감독님께서 내 공을 많이 보지 못하신 것 같다”고 짐짓 자신감을 어필했다.
한화전 부진에 대해서는 “밸런스가 깨지는 것을 느꼈다”고 아쉬워했다.
고우석은 “최재훈 선배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졌을 땐 다리가 꼬였다”면서 “오랜만에 느낀 경험이었는데, 화가 많이 났다”고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