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의 환희 26세

늦깎이의 환희 26세 K리그 데뷔 29세 첫 대표팀

늦깎이의 환희 26세 K리그 데뷔 29세 첫 대표팀

늦깎이의 환희 26세 K리그 데뷔 29세 첫 대표팀

180cm 최단신 으로 올림픽대표팀 승선 김천 GK 신송훈

프로축구 광주FC 이순민(29)은 지난 3일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본인 포지션이 아닌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본래 자리 주인인 티모(30·네덜란드)는 부상으로 빠졌다.

이날 광주는 아사니(28·알바니아), 허율(22), 엄지성(21) 등 주축 선수 4명이 부상, 경고 누적 등으로 결장했다.

1위 울산은 제 전력이 아닌 3위 광주에 버거운 상대였다.

하지만 결과는 광주의 일방적인 2대0 승리. 전세가 바뀔 때마다 유기적인 전술 변화로 울산을 공략한 덕분이었다.

그 중심엔 이순민이 있었다. 이순민은 경기 초반 중앙 수비수로서 본인(178cm)보다 10cm가 더 큰 울산 마틴 아담(29·헝가리)을 효과적으로 제어했다.

이순민의 탄탄한 수비 덕분에 광주는 더 공격적으로 나섰고, 이건희(25)가 전반 17분 기습 선제골을 넣었다.

이정효(48) 광주 감독은 수비에 치중하기 위해 중앙 수비수 아론(27·호주)을 투입했다.

왼쪽 수비로 이동한 이순민은 이번엔 울산 설영우(25)를 속도로 제압했다.

다급한 울산을 상대로 광주 베카(26·조지아)가 후반 9분 추가 골을 넣었다.

여유가 생긴 광주는 수비수만 5명을 뒀고, 이순민은 본래 자리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울산의 공격을 알차게 끊어냈다.

그렇게 이순민은 신출귀몰한 움직임으로 ‘거함’ 울산을 침몰시켰다.

올 시즌 1부로 승격한 광주의 대파란이다. 이날 승리로 12승을 거둔 광주는 3위(승점45)에 자리했다.

12승은 광주가 2010년 창단한 이래 거둔 1부리그 최다승 신기록이다.

이정효 감독은 유명 선수 없이 전술만으로 광주의 약진을 이끌고 있다.

이 감독은 선수들끼리 경기 중 서로 계속 위치를 바꾸는 유기적인 팀 플레이를 추구한다.

이런 전술 속에서 가장 빛을 본 선수가 이순민이다. 이순민은 올 시즌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광주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떠올랐다.

지난 7월엔 K리그 올스타로 선발돼 AT마드리드와 맞대결에 나서서 후반 추가 시간 중거리 슛으로 3대2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최근 통화로 만난 이순민은 “프로 경기에 한 번만이라도 나서봤으면 좋겠다고 대학 때 늘 생각했다”고 했다. 이순민의 K리그 데뷔전은 26세였다.

그는 “18세에 데뷔하는 선수도 많았다. 포기할까 생각도 많이 했다”고 했다. 2017년 23세에 광주FC에 입단했지만, 벤치만 지키다가

군 복무를 하고 2020년에 광주FC로 다시 돌아와 리그 2경기에 교체로 출전했다.

그리고 2021시즌 이순민은 왕성한 활동력을 인정받아 점차 출장 시간을 늘려갔다.

후반기엔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광주는 2022시즌 2부로 강등됐고, 사령탑을 이정효 감독으로 교체했다.

그 아래에서 이순민의 기량이 본격 만개했다.

이순민은 “이정효 감독님 덕분에 실력이 좋아졌다. ‘공이 아니라 공간을 소유해라.

공을 쫓아가는 건 동네 축구다’라고 늘 말씀하셨다.

언제나 위치를 자세히 알려주시면서 ‘미리 좋은 공간에 있으면 공이 저절로 오게 돼있다’고 하셨다.

그 말씀이 많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순민은 2022시즌 K리그2 베스트11 뽑혔고,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엔 축구 선수로서는 특이하게 ‘Zebra(제브라)’라는 힙합 앨범도 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힙합에 관심을 가져서 꾸준히 랩 학원에 다녔다.

부끄럽지만 앨범까지 내게 됐다”고 했다. 앨범 한정판 CD 100장을 2023시즌 홈 개막전에서 ‘완판’했고, 수익금은 전액 기부했다.

이순민의 다음 행선지는 A대표팀이다.

올 시즌 활약 덕분에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대표팀 감독 눈에 들어 선수 생활 최초로 대표팀에 발탁됐다.

웨일스(8일), 사우디아라비아(13일)와 영국에서 평가전을 치르기 위해 이순민을 포함한 K리그 선수 8명이 4일 출국했다.

정우영(34)과 손준호(31)가 없는 수비 미드필더 자리를 메울 것으로 보인다.

이순민은 “현실감이 없다. 어안이 벙벙하다”며 “선수 생활 초반에 잘 풀리지 않아서 서럽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보니 이렇게 좋은 경험을 하려고 그랬나 싶기도 하다. 어디서든 겸손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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