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학 단장 카드가 박찬호 손에 들어간 이유
심재학 단장 카드가 박찬호 손에 들어간 이유
KIA 타이거즈 내야수 박찬호는 12월 11일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해 큰 주목을 받았다.
사실상 LG 트윈스 내야수 오지환의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
분위기 속에서 2등이 유력했던 박찬호가 시상식에 직접 참가한 까닭이었다.
2023시즌 박찬호는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1/ 136안타/ 3홈런/ 52타점/ 30도루/ 73득점/
출루율 0.356/ 장타율 0.378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달성했다.
박찬호는 올 시즌 총 507타석 소화로 규정타석인 446타석을 이미 채웠다.
데뷔 첫 ‘3할 유격수’라는 타이틀은 지켰다.
박찬호의 골든글러브 유력 경쟁 상대는 오지환이었다.
오지환은 2023시즌 12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8/ 113안타/ 8홈런/ 62타점/ 16도루/ 65득점/ 출루율 0.372/ 장타율 0.396를 기록했다.
박찬호와 오지환의 성적을 비교하면 박찬호는 타율·안타·도루, 오지환은 홈런·타점에서 우위를 점했다.
시즌 WAR 수치는 오지환이 3.63, 박찬호가 3.58로 근소한 차이가 있었다.
실제로 박찬호는 34표 차로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 2위에 머물렀다.
유격수 골든글러브 투표 결과 오지환이 154표(득표율 52.9%)로 120표(41.2%)를 얻은 박찬호를 단 34표 차로 제치고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에 성공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수상자가 아님에도 직접 참석한 선수는 박찬호가 유일했다.
박찬호는 시상식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원래 시상식에 올 생각이 없었는데 급하게 오게 돼 옷도 입어보지 않고 대여했다(웃음).
2등의 품격을 위해서 뒤늦게 급히 왔다. 언젠가는 나도 수상자로 와야 하니까 한 번 쯤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구경하고 싶었다.
올해 야구가 잘 되다가도 다친 게 너무 아쉬웠다. 안 다쳤으면 얼마나 더 좋은 성적을 거뒀을지 궁금할 정도였다”라며 미소 지었다.
박찬호는 오지환와 경쟁 구도에 대해 “같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내가 존경하는 선수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느낌을 받아서 너무 즐겁다.
내가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계속 존경하는 선배와 같이 언급됐기에 같이 자리를 빛내주면 더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라며 겸손함도 내비쳤다.
박찬호는 오지환의 골든글러브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상식 이후 박찬호는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KIA 심재학 단장 명의의 카드가 찍힌 사진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시상식 뒤 식사 자리에서 심재학 단장의 카드를 사용했단 의미였다.
이와 관련해 심재학 단장은 “박찬호 선수가 어머님, 장모님에 딸까지 데려왔는데 수상을 못했으니까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나도 박찬호 선수의 수상을 나름대로 기대했고, 꽃다발까지 준비했었는데
결과적으로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측은지심이 들더라.
그래서 어떻게든 위로해주고 싶어서 법인카드가 아닌 내 개인카드를 줘서 가족들과 저녁이라도 맛있는 걸 먹으라고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심 단장으로부터 개인카드를 받은 박찬호는 서울에 함께 올라온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소고기를 마음껏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 단장은 “정말 시원하게 긁었더라(웃음). 12월에 내가 쓸 용돈이 다 사라졌다”라면서
“그래도 조금이나마 박찬호 선수가 위로를 받았다면 다행”이라며 웃음 지었다.
박찬호는 이번 골든글러브 시상식 참석으로 1등이 아니더라도 멋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몰라보게 성숙했다는 표현이 딱 맞는다. 1년 뒤 똑같은 자리에서는 박찬호가 2등의 품격이 아닌 1등의 품격까지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