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후보가 7위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였나
우승 후보가 7위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였나
두산 베어스가 시즌 초반 예상치 못한 부진에 빠져 있다. 개막을 앞두고 우승 후보로 평가받기도 했는데, 어딘가 단단히 꼬였다.
두산은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연장 10회 6-7로 끝내기 패하면서 시즌 성적 5승9패 승률 0.357로 7위에 머물렀다.
두산은 개막 직전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 100%를 확보했다. 시범경기 성적 8승1무로 KBO 역대 3번째로 시범경기 무패 1위 팀이 됐다.
앞서 1995년 롯데 자이언츠가 5승1무, 1999년 한화가 5승으로 시범경기 무패 1위에 올랐는데, 두 팀 모두 그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롯데는 준우승, 한화는 우승으로 최종 성적은 달랐으나 어쨌든 시범경기의 좋은 기운을 시즌 끝까지 이어 간 공통점이 있었다.
두산이 단순히 시범경기 성적을 제외하고 우승 후보로 꼽힌 이유는 탄탄한 선발진에 있었다.
지난해 24승을 합작한 라울 알칸타라-브랜든 와델 원투펀치와 재계약에 성공했고, 이제는 국가대표 단골손님인 국내 에이스 곽빈이 버티고 있었다.
4, 5선발이 관건이었는데, 최원준과 김동주가 선발투수로서 기본만 해주면 선발진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바라봤다.
여차하면 박신지, 김민규, 최준호, 김유성 등 대체할 수 있는 선발투수도 여럿 있다고 자신했다.
알칸타라와 브랜든은 기대대로 리그 최고의 원투펀치로 활약하고 있다.
알칸타라는 등판 때마다 경기가 꼬이는 바람에 3경기에서 1패만 떠안았지만, 19⅓이닝, 평균자책점 1.86을 기록하면서 에이스다운 투구를 펼쳤다.
브랜든은 3경기에서 3승을 달성하면서 17이닝, 평균자책점 1.06을 기록했다. 두 선수는 현재 더할 나위 없이 자기 몫을 해주고 있다.
문제는 나머지 국내 선발진이다. 곽빈의 부진이 가장 뼈아프다.
곽빈은 3경기에서 2패만 떠안으면서 16이닝,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했다.
구위도 괜찮고, 볼넷을 많이 내주는 것도 아닌데 연속 안타를 허용하면서 무너지는 경우가 잦았다.
피안타율은 0.313로 규정이닝을 채운 리그 전체 투수 26명 가운데 22위다.
최원준과 김동주도 기대에 완전히 부응하진 못하고 있다.
최원준은 2경기에서 1승1패, 8이닝, 평균자책점 12.38로 부진한 뒤 2군에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고, 김동주는 2경기에서 승패 없이 9이닝,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했다.
국내 선발진의 부진은 불펜 과부하로 이어졌다.
안 그래도 홍건희, 김강률, 김명신 등 그동안 필승조로 경험이 풍부했던 베테랑들이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을 이유로 개막부터 전력에 보탬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자연히 필승조 정철원, 박치국에게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필승조로 기대했던 이영하가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8.10에 그친 뒤 2군에 내려간 것도 뼈아팠다. 두산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8일 현재 5.81로 리그 9위다.
타선이 점수를 뽑아도 마운드가 자꾸 무너지니 접전만 펼치다 결국 패하는 패턴의 반복이다.
신인 김택연의 비중을 크게 늘려뒀던 것도 결과적으로는 독이 됐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김택연이 신인인 것을 고려해 최대한 편한 상황에 등판하게 하려 했지만, 불펜 사정상 시범경기까지 구위가 가장 좋았던 김택연을 마냥 아낄 수도 없었다.
시범경기까지 마운드 운용만 봐도 이 감독은 계속해서 김택연을 접전 또는 세이브 상황에 등판시키면서 압박감을 얼마나 잘 견뎌내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사실상 필승조의 주축으로 못을 박고 시즌을 맞이했는데, 막상 정규시즌이 시작되니 김택연이 마운드에서 얼어붙었다.
결국 3경기에서 2⅓이닝 평균자책점 7.71을 기록하고 2군에 내려갔다.
최지강이 있어 그나마 지금까지 버텼다. 최지강은 두산이 치른 14경기 가운데 9경기에 등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