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재수 결단 대반전 커리어하이 인생 시즌을 보내다
FA 재수 결단 대반전 커리어하이 인생 시즌을 보내다
日 교육리그 3이닝 2실점 한화 삼성 연합팀 4안타 영봉패
FA(프리에이전트) 재수는 결국 신의 한 수였다.
LG 트윈스의 ‘No. 1’ 토종 에이스 임찬규(31)가 커리어 하이 시즌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제 임찬규는 한국시리즈에서 힘차게 공을 뿌릴 예정이다.
임찬규는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 경기 최종전에 선발 등판,
5⅔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1자책) 역투를 펼치며 시즌 14승(3패) 달성에 성공했다. 총 투구수는 92개였다.
이날 LG가 두산을 5-2로 제압하면서 임찬규는 규정 이닝(144이닝)까지 충족하면서 토종 선발 최다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올 시즌 현재까지 페디(NC·20승)와 벤자민(KT·15승)에 이어 다승 부문 단독 3위에 자리하고 있다.
임찬규는 매우 뜻깊은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14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42를 마크했다.
144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142피안타(10피홈런) 54볼넷 103탈삼진 63실점(55자책)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35, 피안타율 0.252를 마크했다.
자신이 선발 등판한 26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 투구는 7차례 펼쳤다.
2018년 개인 최다승(11승)과 2021년 개인 최저 평균자책점(3.87)보다 모두 좋은 성적을 냈다.
인생 시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날 경기 전 염경엽 LG 감독은 임찬규를 시즌 최종전에 선발로 앞세운 것에 관해 “토종 에이스로 예우하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6이닝 정도 던지게 할 생각이다.
내년 시즌 FA가 되는데, 규정 이닝은 채우는 게 좋다”면서 신뢰를 보냈다.
그리고 임찬규는 제대로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했다.
임찬규는 1회를 삼자 범퇴로 깔끔하게 출발한 뒤 2회 1사 3루에서 박준영의 내야 안타 때 선취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임찬규는 3회부터 삼자 범퇴로 다시 안정감을 찾은 뒤 4회와 5회 역시 삼자 범퇴로 이닝을 각각 삭제했다.
그리고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임찬규는 2사 후 로하스와 양석환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백승현에게 넘겼다.
마운드에서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임찬규를 향해 1루 쪽에 운집한 LG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임찬규는 모자를 힘차게 흔들며 팬들의 응원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임찬규는 지난해 11월 FA 자격을 획득했으나, 신성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FA 재수를 결심한 것이다. 당시 임찬규는 스타뉴스에 “팀에 많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팬 분들께 많은 실망을 안겨드렸다.
욕도 많이 먹었다. 프로는 못 하면 질타를 받는 게 당연하다.
LG 우승을 위해 하나도 공헌한 것 없이, 미안한 마음이 있는 상태에서 FA 신청을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 자체가 배신이라고 느껴졌다. LG에서 정말 우승을 꼭 하고 싶다.
그게 첫 번째”라고 속마음을 밝혔다. 임찬규는 “팀에 헌신한 뒤 FA 신청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그리고 올 시즌 임찬규는 그 약속을 지켰고, 이제 한국시리즈 무대만 남겨놓고 있다.
이날 임찬규는 KBO(한국야구위원회)의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 수여식에서 투수조장 자격으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영광을 안았다.
시상식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임찬규는 “겸손의 뜻이 아니라 저는 에이스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단지 올해 성적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 팀원들의 도움이 컸기에 올해와 같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올해 조금 잘한 거라 에이스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앞으로 2, 3년 더 이런 성적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더 큰 것 같다.
지난해 제가 정말 팀을 위해 희생하지 못했던 부분을 떠올리면서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임했다.
그래서 더욱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앞으로도 시즌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임찬규는 올 시즌 염경엽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가운데, 사실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져 있었다.
그동안 임찬규는 계속해서 LG의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왔는데, 이번 시즌에는 출발이 달랐던 것이다.
임찬규를 대신해 영건인 김윤식과 이민호가 시즌 초반에는 선발로 낙점받았다.
하지만 둘이 전열에서 이탈하면서 임찬규에게 다시 기회가 왔고,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가히 대반전이라 할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며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다.
사실상 전반기에 LG는 켈리와 김윤식, 이민호가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임찬규와 플럿코, 이 둘이 팀의 마운드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임찬규는 “마운드에서 긍정이든 부정이든 생각이 많아진다는 건 무조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공 하나를 내가 원하는 대로 던지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
그런 부분에 대해 경기에 나가기 전부터 이미지 트레이닝을 실시하며 매일 연습했던 것 같다.
잔디의 색깔부터 잔디의 냄새, 그리고 양 팀 감독님들의 모습 등을 머릿속에 영상으로 그려놓고 시작한다.
그러면서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기도 한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한다고 해서 팔이 아픈 건 아니기 때문에, 1시간을 해도 되는 것이다.
안 좋은 상황을 떠올리면서, 그런 부분을 지우는 연구를 계속해서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임찬규는 FA에 대한 질문에 “(차명석) 단장님께서 많이 챙겨주실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고 씩씩하게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